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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일어난 <헬리녹스-네이버후드 콜라보 제품> 전량 폐기 사건의 전말

홍시아범 2021. 3. 3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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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녹스 측이 공식 블로그인 'Helinox Insiders'를 통해 2021년 올해 판매 예정이던 네이버후드 콜라보 제품을 전량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매년 개성 있는 컬러와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기다리게 했던 두 기업의 콜라보 제품을 올해는 만나볼 수 없게 된 것이다.

 

4월 중 판매를 예고하며 네이버후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 소개까지 된 마당에 전량 폐기? 간밤에 두 브랜드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인 '헬리녹스(Helinox)'

그리고, 일본 유명 스트릿 브랜드인 '네이버후드(Neighborhood)'

 

매년 콜라보 제품을 선보이며 5년째 최강의 협업을 선보였던 두 브랜드, 하지만 올해 콜라보 제품 출시에서 문제가 터졌다. 그것도 한일 양국 간 가장 민감하다는 '역사 인식'에 대한 지점에서 말이다.

 

출시 예정인 2021년 헬리녹스 콜라보 제품들 소개된 네이버후드 공식 홈페이지

 

양사 브랜드의 콜라보 제품은 29일 오후 네이버후드 측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먼저 소개됐다.

인기가 있는 제품이니만큼 소비자들 또한 SNS, 캠핑 관련 카페 및 블로그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본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소비자의 주요 관심사는 역시 제품에 대한 디자인과 가격이었다.

하지만 어느 한 명의 현명한 소비자는 달랐다.

그는 제품 정보를 읽어보더니 색상 설명 부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뒤, 이를 커뮤니티 사람들에게 공유하기 시작했다.

 

콜라보 제품 중 코트(COT-야전침대) 제품에 대한 설명과 번역 내용

네이버후드 측은 이번 콜라보 제품에 대한 설명에서 색상을 'IJN 그레이 컬러'로 소개했다.

 

"회색이면 회색이지, 'IJN 그레이'는 무슨 색이야"

궁금했던 현명한 소비자는 관련 용어를 검색했고, 이를 커뮤니티에 공유하기에 이른다.

이를 본 커뮤니티의 분위기 또한 삽시간에 탈바꿈되는데..

 

'IJN' 용어에 대한 검색결과에 등장하는 욱일기

'IJN'Imperial Japanese Navy의 약자로 대일본제국의 해군을 뜻하는 용어다.

'imperial(제국의, 황제의)'라는 단어의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IJN'이라는 단어의 쓰임은 과거 일본 천황을 따르는 해군을 지칭하는 용어임을 알 수 있다. 역시나 검색 시 전범기가 함께 등장한다.

 

IJN은 동북아시아를 넘어 서구 열강에 도전장을 내밀던 과거 군국주의 일본의 상징이라고 말하면 적당한 표현일 것 같다. 역사 왜곡으로 주변국에 범한 파렴치한 행동들은 모두 가린채 하버드에 교수 하나 앉혀놓고 작성한 거짓 논문에서나 나올 법한 용어가 왜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 설명에 나온냔 말이야.

 

2021년 콜라보 제품으로 예정되있던 'IJN GRAY' 색상의 노나돔

커뮤니티 사람들은 국내 브랜드와의 콜라보 제품에 일본의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색상을 사용했다는 점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등을 통해 이와 관련된 내용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DAC 라제건 대표의 블로그에 찾아가 이번 상황에 대해 해명하라는 글이 남겨질 정도였다.

 

반면, 일부에서는 일본 해군과 회색이라는 연결고리의 모호함을 이유로 '역사 인식 논란'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간 해석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미니카, 피규어 등으로 유명한 타미야(TAMIYA)의 색상 도표 

이 같은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IJN GRAY' 용어의 정확한 쓰임을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IJN GRAY' 용어의 사용 흔적을 찾아보니 미니카, 피규어 등을 칠하는데 이용되는 락카의 색상표에서 관련 용어를 찾을 수 있었는데, 실제 과거 국내에서 미니카 브랜드 등으로 유명했던 타미야(TAMIYA) 사의 제품 색상표에서 'IJN GRAY' 색상이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식인에서 발견한 'IJN GRAY' 관련 용어에 대한 질문과 답변

어느 네이버 유저의 지식인 질문을 통해 용어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IJN GRAY'는 과거 일본 전함을 상징하는 색상으로, 현재는 피규어 등을 제작, 도색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으로 관련 색상을 나누기 위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본어가 능통한 친구에게 관련 용어를 물어보기도 했는데, 일본 내 밀덕 혹은 피규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통용되어 자주 쓰이는 용어가 아닌것 같다는 대답을 듣기도 했다.

 

이쯤 되면 네이버후드 측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다른 국가도 아닌, 대한민국 브랜드와의 콜라보 과정에서 과거 제국주의를 떠올리는 용어를 제품 설명에 사용했다는 것은 헬리녹스라는 브랜드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소비자들을 생각하지 않은 응당 잘못된 처사였음을 그들은 과연 몰랐을까.

 

색상 설명을 'Dark gray'로 변경한 네이버후드. 하지만 때는 늦었다.

이런 상황에서 커뮤니티 내에 또 한번 들려온 소식. 

네이버후드가 제품 설명란에 색상 부분에서 관련 용어를 'dark gray'로 변경했다는 것이었다.

짧은 시간에 색상 관련 소식이 SNS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헬리녹스 측도 상황을 파악하고, 네이버후드 측에 연락을 취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 이전 제품 설명란이 캡처되어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이번 상황이 무마되기는 어려워진듯 보였다. 콜라보를 진행한 헬리녹스 또한 사람들의 입방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헬리녹스는 네이버후드와의 이번 콜라보 제품 전량 폐기를 선택했다.

어느 누구도 이 방법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던지라 어안이 벙벙했지만, 헬리녹스의 과감한 결정만큼은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사실, 이번 사안을 대충 넘기거나 조금 더 보태 국내 출시가 엎어지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찰나에..

소비자에 대한 사과는 물론이고, 일본 내 제품 회수, 게다가 5년간 협업을 진행했던 네이버후드에 대한 강경한 항의까지 소비자 입장에서 더 바랄 게 없는 최고의 문제 해결이 아니었나 싶다.

 

자정을 불과 몇 시간 남기고 발생했던 이번 논란은 개인적으로 헬리녹스라는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엄청난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중국의 도를 지나친 '문화 공정'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이때 발생한 논란이니 만큼, 미숙한 대처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브랜드를 내건 콜라보 제품을 출시하는 데 있어 미숙함을 보인 만큼, 이번 논란의 책임을 모두 네이버후드 측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책임 의식을 가지고 이번 사안을 해결하려 했던 헬리녹스에 대한 대중들의 이미지는 꽤나 긍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이번 논란이 헬리녹스 X 네이버후드 제품의 리셀가를 낮추는 계기가 될지가 가장 궁금하다... 리얼트리 노나돔 가지구싶은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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